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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고괴담2해석 공포영화가 아닌 애틋하고 아린 영화

여고괴담2해석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1999)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영화를 본 후 느낀 내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후기를 적어보려한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난 원래 공포영화를 잘 안 본다. 깜짝 놀래키는 게 싫고 공포영화는 공포를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가 많기 때문에 현실감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포영화보다 현실이 무섭고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생각한다.

여고'괴담'이란 제목을 갖고있긴 하나 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아니다. 애틋하고 슬프다.

 

주요 등장인물은 민아, 시은, 효신이다.

민아가 등교를 하며 수돗가에 누군가 두고간 빨간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며 영화는 시작한다. 그 일기는 시은과 효신이 쓰던 교환일기로 두 사람이 나눈 추억과 글이 담겨있다. 민아는 그들에게 호기심을 갖게되고 두 사람을 살핀다.

시은과 효신은 친구 사이보다 좀 더 따뜻하고 은근한 관계다. 그러나 둘은 주변 친구들의 시선에 힘들어했고 (좀 더 정확히하자면 시은이 둘의 관계를 놓고싶단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시은이 더 못견뎌했다.) 효신은 뛰어내리게 된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이 다 입체적이어서 좋았다. 이번 글에선 줄거리 위주가 아닌 인물 위주로 관계를 고찰해보려한다.

민아가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단순히 일기장을 우연히 발견한 학생으로 나온다기보다 시은과 관계성이 묘한 인물이라 눈길이 가고 계속 생각하게 된 인물이다. 민아는 시은을 동경했을 수도 혹은 시은의 마음에 들고싶어했던 걸 수도 있다.
시은에게 일기를 돌려주고 싶어하며 시은을 따라가는 신이 있는데 그 신에선 화면의 균형과 대칭을 볼 수 있다. 두 계단이 마주보고 길게 이어져있고 한쪽엔 시은이, 다른 한쪽엔 민아가 있다. 화면 구도 상으론 마치 거울을 보는듯한데, 그러나 거울이라기엔 민아가 한발 느리다. 시은을 닮고 싶어하거나 혹은 호기심에, 앞서가는 시은을 뒤따라 쫓아간다. 효신이 시은을 위해 준비한 약도 자신이 먹는다. 처음에는 우연히 먹게되나 나중엔 자발적으로 약을 먹는다. 자발적으로 약을 찾고 먹으며 기분 좋고 호기로운 표정을 짓는다. 일기를 읽으면서 점점 자신도 효신과 시은의 관계가 되고싶어했거나 효신의 상대인 시은이 되고싶던 걸수도.

 

 

"시은아 생일축하해. 효신이도 같이 축하해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시은에게 민아가 하는 말이다. 민아의 평소 말투와 달리 효신의 말투와 정말 비슷하다. 어쩌면 시은에게 효신이 갖는 의미를 민아도 갖고싶었을지 모른다. 신체검사를 할 때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시은을 도와주고, 효신의 말투와 비슷하게 말하고, 시은이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 같으면 도와준다. 일기장을 읽고 그저 호기심에 둘을 살피고 궁금해했을 수도 있다.민아의 친구가 민아에게 요즘 너무 시은만 챙긴다고 서운해하며 소리치자 민아는 너는 불쌍하지도 않니? 라고한다. 민아 친구가 너 왜 시은이만 챙겨 시은이랑 사귀어??!! 하며 소리치자 민아는 당황하며 조용히하라한다. 시은을 걱정하고 신경쓰여했던 건 민아도 자신이 무슨 마음인지 몰랐을 수 있다.

 

 

효신은 순수하게 마음을 좇고 시은에게 표현하는 인물이다. 불안하면 불안하다고 말하고 시은이 힘들어서 관계를 놓고싶어할 땐 하라는 거 다하겠다고 우는, 자신의 마음에 진심이고 표현할 수 있는 건 다 표현한다.

 

"들리니? 세상에는 음이 있어 사람마다 다른 음을 내는 거야.

그래서 화음이 되기도 하고 불협화음이 되기도 하고 너와 나는 아주 조화로운 화음이 되는 거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시은을 위해 효신이 피아노 줄을 잘라 튕기는 큰 소리를 내 진동을 느끼게해준다. 사랑스러운 신이다. 고등학생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로맨틱한 표현방법을 나타낸 신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합주단 피아노를 맡고있는 효신이 피아노를 이용해 가장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법을 고안해서 시은에게 들려준다는 게.


시은은 효신에 대한 마음이 깊지만 주변 사람의 신경을 많이 쓰는 인물이다. 불안해하는 효신을 위해 교실에서 손을 잡다 선생에게 뺨을 맞고 상처를 받는다. 학교에선 아이들이 보니 이러지말자하고 우유를 주러 찾아온 효신의 시선을 피한다.

 

 

영화가 슬펐다. 일기장을 교환하며 마음을 나눴던 상대가 이젠 추억 단편 그리워하는 기억이 되었다는 게

 

"효신아, 넌 참 나쁜애야. 정말 나뻐.

단 한번도 널 미워한적 없는데 이젠 영원히 널 미워할거야. 생일축하해."

 

시은은 후회스러울 것이다. 그때 고개를 돌리지말걸, 계속 손 잡아줄걸, 그렇게 옥상에 두고 혼자 내려오지 말걸 등.. 남아있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기억이 많았다해도 후회할 일과 못해준 것만 기억난다. 널 평생 미워할거란 시은의 말도 사과할 기회조차 주지않고 가버린, 이젠 세상에 없는 효신에 대한 미안함과 원망이 섞인 말이었을 것이다. 사과할 기회가 이젠 없으니 마음을 전하려해도 닿지못한다. 그래서 힘들다. 후회를 하고 사과를 하고싶어도 그 기회조차 없으면 평생 사과도 못하고 깊은 후회를 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으니.

 

 

민아가 시은에게 많이 힘들었지? 미안해 일기장을 잃어버렸어라고 한다 효신의 말투와 비슷하게
이에 시은은 괜찮아 일기는 다시 쓰면 되지라고 한다
이때도 민아는 효신의 말투와 비슷하다. 일기는 다시 쓰면 된다고 효신에게 다시 시작하자고 싶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 혹은 더 성숙해져 다시 발딛고 일어서 새시작을 할 거란 의미가 아니었을까.

 

"시은아 우리 교환일기 쓸래?"

"나 그런거 꾸미는 거 잘 못하는데"

"좋잖아~ 수업시간 까먹기도 좋고. 내가 오늘 써왔으니까 내일 너가 써 와."

 

-효신과 시은이 교환일기를 시작하며 하는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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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2를 검색하면 퀴어영화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여자와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영화나 드라마는 이성애영화, 이성애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붙지않는다. 다 같은 사랑이야긴데 왜지? 레즈영화, 게이영화, 동성애영화, 퀴어영화 등.. 언젠가 이 모든 영화들이 이렇게 단어로 나눠지지않고 아무런 다른 수식어 없이 그저 한 영화로 표현될 수 있는 사회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