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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처음만나는자유해석 자신을 바라보고 인정할 수 있다는 것

처음만나는자유해석 (Girl, interrupted)


처음 만난 자유 (1999)

 

 

영화를 본 후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과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999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안젤리나 졸리(리사), 위노나 라이더(수잔나)가 출연한다.
주인공 수잔나는 세상에 비관적이다. 마약을 하고 수면제를 빌려 오래 잠들고 싶어 한다.
이를 보다 못한 부모님은 아는 정신과 의사에게 데려가고 의사의 권유로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휴식을 취하는 클레이 무어에 머물게 된다.

 

그곳엔 어릴 때 화상을 입고 온 폴리, 거짓말이 습관인 조지나, 아이 같은 모습의 데이지, 33킬로 저체중 재닛 등 여러 모습을 한 사람이 모여있다.
수잔나가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 리사가 온다. 리사는 요양원을 떠났다가 경찰에게 붙잡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오자마자 자신의 절친이던 제이미를 찾으며 울부짖고 그 모습을 목격한 수잔나는 충격을 받는다. (제이미는 리사가 자신을 떠났다 생각하여 자살했기 때문)

 

 

그러다 요양원 생활을 하며 둘은 가까워진다. 리사가 수잔나에게 먹기 싫은(수면제나 설사약 같은) 약을 먹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고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고 온 날이면 서로 그 날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는 등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 요양원 생활에 적응하던 중 데이지가 떠나게 된다. 친구들은 그를 부러워하기도 그리워하기도 하며 씁쓸해한다.

 

"플로리다주에 새로 디즈니랜드를 세운대. 직업을 가진다면 난 전문 신데렐라가 될 거야. 넌 백설공주 해"

 

언젠가 리사가 TV광고를 보며 수잔나에게 한 말이다. 리사는 아직 저 말 기억하냐며 수잔나에게 요양원을 떠나자고 한다. 저 말은 굉장히 동화 같은 말이다. 현실성이 있기보다 꿈에 가까운 달콤한 말. 돈도 없고 실제로 떠날 능력이 되지 않지만 저 말에 힘입어 떠나는 둘의 모습은 굉장히 허구를 쫓고 현실을 피하는 느낌을 준다. 그렇게 둘은 밤에 몰래 빠져나와 떠나게 되고 데이지 집에 머문다. 요양원을 떠나 행복한 줄 알았던 데이지였지만 자살을 하고 둘은 그를 목격한다. 충격받지만 리사는 계속 떠나려 하고 수잔나는 그럴 정신이 있냐며 다시 요양원으로 돌아오게 된다.

 

 

"데이지 처지를 잘 모르지만 죽고 싶은 심정은 잘 안다고요.

웃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어울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겉으로 자신을 다치게 해서

그 속을 죽이고 싶은 마음 잘 안다고요."

 

수잔나는 그 전까진 의사와 상담사가 말하는 것들을 무시하고 피했다. 경계성 인격장애란 말에 그런 게 어딨냐며 화를 내고, 수면제를 왕창 먹은 것도 그저 머리가 아파서 그랬던 거고, 기분이 어떠냔 물음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자기 자신에 대해 들여다볼 생각 없이 그저 의사가 요양원에 있으라니까 어쩔 수 없이 있고 나중엔 요양원을 떠날 생각도 없이 그 생활에 익숙해져 거기 안주해있었다. 그러나 데이지의 죽음을 겪은 후 간호사 밸러리에게 울면서 털어놓는다. 발레리는 그런 수잔나에게 말한다.

 

 

"네가 해야 할 일은 그걸 노트에 쓰는 거야. 다 쏟아내. 속에 있는 걸 다 끄집어내렴.

여기에서 정착하면 안 돼"

 

그 후 수잔나는 다이어리에 그날그날 느낀 감정과 자신의 상태와 생각들을 적기 시작한다. 그 전에는 그저 하루하루 살고 기분을 생각하려 하지 않고 의사 말을 부정적으로 듣고 현실을 피했다면 이제야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리사가 온다. 수잔나는 자다 깨 리사를 비롯한 아이들이 자신의 일기를 펼치고 소리 내 읽는 현장을 보게 된다. 일기엔 아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적었기 때문에 매우 당황하며 이리저리 부딪히고 긁히며 일기를 빼앗으려 한다. 일기를 뺏고 빼앗기다 리사수잔나에게 말한다.

 

 

"왜 남들은 내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지? 왜 나는 방치될까? 왜 아무도 나에게 와서 진실을 말해주지 않지?"

"왜냐면 넌 이미 죽었으니까. 넌 자유롭지 않아. 넌 여기서만 살아있다고 느끼잖아."

 

리사는 이미 다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알고 있으나 누군가 와서 말해주기만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 자신을 구하는 건 자기 자신뿐이다. 힘이 들어서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해도 사실 본인이 직접 깨닫지 않으면 와 닿지 않는다. '힘내' , '이렇게 바꾸면 되지 않을까?' , '그건 소용없어. 대신 이걸로 해보자' 등 수많은 조언과 위로를 들을지라도 자기 자신이 깨닫고 인정하기 전까진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는다.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고 어려울 수 있다. 인정해버리면 아니었길 바랐던 혹은 숨기고 싶던 자신의 모습이 진짜가 되어버리거든. 그러나 인정하고 나서부터는 보인다. 놓치고 있던 게 뭔지 중요한 게 뭔지 그제야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상태와 감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기분을 물어봤을 때 잘 모르겠다가 아닌 어떤 단어를 쓰든 표현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사회에서 그게 쉽지 않다.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면서 개인의 상태보다 당장 하고 있는 일의 성과가 중요하고, 다음 주 시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각박하고 바쁘게 굴러가는 사회에 사람들은 점점 감정을 숨기고 말을 아끼게 되었다. 그래서 '힐링'이나 '호캉스'와 같은 단어들이 나왔고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자는 '욜로'족도 나오게 되었을 것이다. 감정과 상태를 잘 살피고 그걸 깨닫는 게 중요하다. 모른 채 지나가면 또는 알아도 모르는 척 넘어가버리면 나를 잃기 쉽다. 그것을 아는 방법에는 사색도 있을 것이고 나를 위한 여행도 있을 것이며 글로 표현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수잔나가 써 내려간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걸 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발돋움판이 되어줬다고 생각한다. 정착해있지 말라는 간호사 밸러리의 당부처럼 수잔나는 정말 글로 자신을 정리하고 인정하고 끝내 요양원을 졸업하게 된다. 더불어 리사에게 말한다.

 

"보고 싶을 거야"

"아니, 너도 이곳에서 나와서 나 보러 올 거야"

 

'이곳에서 나와서'란 말이 리사 본인의 모습을 깨고 더 발전된 널 볼 수 있을 거란 말로도 들렸다. 영화의 제목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영화가 수잔나와 리사가 만나 이 둘의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처음 만나는 자유를 보여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아마 서로가 서로에게 자유 알려준 것이 아닐까. 둘이 만나서 시행착오를 겪기 전까지는 먹고 자고 놀며 하고 싶은 것대로 다하고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치고 의사 말에 반박하며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진정한 자유가 아니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인정할 때,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때 그것이 진짜 자유였던 것이다. 현실에서 회피하던 수잔나와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 마주 보기 겁냈던 리사는 서로 함께한 시간을 통해 깨닫고 성숙해져 갔고 진정한 자유를 찾게 되었다. 자기 자신을 마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진실을 볼 줄 아는 건 대단한 거라 말했던 리사가 수잔나에게 진실을 깨닫게 해 줬고 수잔나도 리사에게 꼭 밖에서 다시 보잔 말을 전하면서.

 

"혼자이고 생활 속에서 외롭다면 당신은 언제든 도심지로 갈 수 있어요.

음악에 귀 기울여요. 도심 속 차가 보도에 서있고 네온사인이 예쁘네요.

절대 놓칠 일 없어요. 거기 빛이 훨씬 밝아요."

 

-리사와 수잔나가 화상 입은 얼굴 때문에 속상한 폴리에게 기타 치며 불러주는 노래 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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