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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로리다프로젝트해석 동화 같은 세상 속 그렇지 못한 사람들

플로리다프로젝트해석


플로리다 프로젝트 (2017)

영화를 본 후 느낀 지극히 주관적인 내 감상과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포스터부터 동화책 표지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제목인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월트 디즈니가 미국 플로리다주에 디즈니랜드 건설을 착수하며 붙인 이름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시행되는 곳과 몇 마일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디즈니랜드로부터 얼마 멀지 않은 곳에는)

무니, 잰시, 스쿠티를 비롯한 아이들이 살고 있다.
6살 무니와 그의 엄마 핼리, 스쿠티와 엄마 애슐리는 '매직 캐슬'이란 보라색 모텔에서 산다.

무니와 친구 스쿠티가 사는 보라색 매직 캐슬 모텔 근처에는 '퓨처 랜드' 있다.

그곳엔 또래 친구 낸시가 할머니와 함께 산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와 정말 동화 같다..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이유는 색감이 예뻐서 그런 것도 있으나 건물, 하늘, 들판이 가지는 고유의 색이 동화를 연상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들이 사는 모텔도 진한 보라색과 하양, 연노랑 포인트가 섞여 궁전 같고, 파스텔 분홍빛 건물이 정말 예쁘다.

더불어 계절 배경이 여름이어서 그런지 하늘이 정말 쨍하다. 뜨거운 햇살로 나무나 들판도 그 고유색이 더 세게 반짝이고 이 모든 게 어우러져 디즈니랜드 같은 놀이공원을 연상시킨다.

 

 

매직 캐슬은 바비 인형의 집 또는 놀이공원이 생각나게 하고 퓨처랜드 또한 분홍빛 외관으로 동화 속 건물 같다.

정말 마법과 환상이 가득할 것 같은 magic castle과 미래에 희망찬 일들만 일어날 것 같은 future land.

그 건물들 이름처럼 말이다.

 

이렇게 계속 동화를 연상케 하고 영상이 예쁘고 맑고 활기찬 화면이지만 그 속 인물들은 그렇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모텔에 묶는 사람은 대부분 관광객이 아닌 집이 없어 장기투숙 중인 홈리스들이다.
매직 캐슬에 살지만 현실은 마법처럼 아름답지 않고

퓨처랜드에 살지만 미래보다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만 바라보아도 벅찬 삶을 살아간다.

 

 

핼리(무니 엄마)는 큰 호텔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며 향수를 팔고 애슐리(스쿠티 엄마)는 와플가게에서 일한다.
하루하루 모텔 월세를 내고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바쁜 어른들 사이 또래인 무니, 잰시, 스쿠티는 자주 어울려 논다.

 

이 영화 속 아이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6살 아이놀이와는 좀 다르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소꿉놀이를 하기보다 그들은 새로 들어온 차에 누가 더 멀리 침 뱉는지 시합을 하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오는 손님들로부터 돈을 얻어내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트월킹 춤을 흉내 낸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홈리스 인생에 노출된 아이들은 그의 영향을 받고 세속적이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매우 아름다운 동화 같은 화면도 아이들은 이미 화면에서 느낄 수 있는 동심과는 거리가 먼 것을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영화에선 롱샷이 많이 등장하는데 주로 아이들이 놀러 다닐 때다.
변변찮은 놀이터 하나가 없어 아이들은 그저 걸으며 놀 곳을 찾아다닌다.
그들이 가는 곳, 그들의 발길이 닿는 곳은 어디든 놀이터가 된다.

 

"우리 어디 가는 거야?"

"그냥 따라와"


이렇게 아이들이 여기저기 다닐 때, 멀리서 보여주는 롱샷 화면 구도를 사용하는데 보통 걷는 아이들 뒤에는 기념품 가게가 나온다.  디즈니 랜드 기념품 가게가 아이들을 거의 잡아먹을 듯한 앵글이다.
롱샷으로 볼 때면 아이들보다 그 뒤에 있는 오렌지 모양 가게, 디즈니 캐릭터 가게 등 기념품 가게가 압도적으로
커 보인다. 이는 아마도 이렇게 동심이 가득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가게지만 정작 그것을 지나는 아이들은
그 가게와는 상관이 없고 소외되어 초라함을 나타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어른들이 뭐라 해도 당차게 대답하고 어른들을 열 받게 했으면 열받게 했지 주눅 들지 않던 무니는
엄마 핼리의 행동 때문에 검사 나온 아동국 직원들 때문에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향수 호객행위가 잘 되지 않고 방세는 밀리던 상황인 핼리는 방에 남자를 들인다.
그럴 때마다 무니는 화장실에서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목욕을 하게 한다.
무니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노래를 들으며 인형놀이를 한다.
하지만 아동국 직원이 와서 무니를 위하는 일이라며 다른 가족에게로 보내려 하자
무니는 뛰쳐나가 젠시에게로 가 펑펑 운다.


"난 어른들이 울려고 하면 다 알아"


사실 무니는 다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목욕놀이를 하고 있었지만 사실 알아도 모르는 척하고 싶었을 수도 혹은 모르고 싶었을 수 있다. 사람에 치여 살고 표정과 눈치를 보며 살아왔는데
(핼리와 같이 호객행위하고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지나가던 어른들에게 돈을 부탁하고 핼리가 일을 구하려 다니다 퇴짜 맞는 모습도 다 봐왔으며 친한 친구 스쿠티의 엄마가 자신이 스쿠티와 지내는 것을 안 좋아한다는 것까지 다 듣고 알고..)
그래서 가장 가까운 사람인 엄마 핼리의 모습은 누구보다 바로 잘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저 엄마가 목욕 준비하라면 하고 지금 왜?라고 묻지 않았다. 목욕을 하며 인형에게 쉴 새 없이 말한 것도
어쩌면 밖의 상황을 생각하기 싫어서 자신의 목소리로 채운 게 아닐까.

 

"넌 내 단짝인데 다신 못볼지도 몰라
있잖아,, 말은 할 수 없어. 잘 있어."

 

젠시 앞에서 엉엉 울며 울음 때문에 말을 잘하지 못하는 모습은 영화 2시간 동안 봤던 무니 모습 중 가장 어린아이다운 모습이었다. 일찍이 돈의 개념을 알고 사람들의 돈을 얻는 법을 배우고, 방세가 밀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버린 6살 무니가 친한 친구 젠시 앞에서 우는 모습은 그제야 6살 아이, 그저 어린아이 무니였다.

 

그런 무니를 가만 지켜보다 젠시는 무니의 손을 잡고 냅다 뛴다. 복잡하고 알기 싫은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듯 혹은 아무것도 모르던 때로 돌아가고 싶듯 계속해서 둘은 도망친다. 그렇게 달려온 끝은 모텔에서 조금만 가면 있는 플로리다 디즈니랜드였다. 사람이 북적이고 또래 아이들도 많은 다채로운 디즈니 랜드를 향해 둘은 계속해 뛰어간다. 디즈니성이 보이기 시작하고 둘의 모습도 다른 사람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며 영화는 끝난다.

 

 

6살 아이들이 그제야 동심이 세상인 디즈니월드로 뛰어가며 상처 받은 혹은 상처 받았지만 받고 있는지 몰랐을 아이들의 마음을 디즈니랜드가 감싸 안는다. 손을 잡고 뛰는 무니와 젠시, 6살 아이들의 모습은 디즈니랜드와 정말 잘 어울렸다. 이 엔딩신은 러닝타임 100여분 중 가장 압도적이고 가슴이 저릿한 신이었다. 손 잡고 뛰는 무니와 젠시를 흔들리는 앵글과 함께 따라가며 멀리 아주 멀리 둘이 힘찬 행복을 찾아 떠났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둘을 비롯한 퓨처랜드와 매직캐슬의 아이들도.

 

활기찬 디즈니랜드에서 몇 킬로 안 떨어진 곳인 모텔에서는 집 없이 오랜 기간 모텔에 묶으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은 겉모습이 디즈니랜드와 닮은 모텔에서 살지만 사실 그 속에서 어른들의 영향을 받으며 그 나이에 미리 알아도 되지 않는 것들을 알며 살았을 것이다.

 

 

아이가 어른의 일을 눈만 봐도 다 알아도 그저 모른척한 이유는 어른이 아이는 모를 것이라 생각한 아이의 동심을 아이가 지켜준 것이 아닐까.

영화는 환상적이고 동심이 가득한 세계인 디즈니랜드와 동화 같은 집 속에서, 동화 같지 못하는 소외된 사람들과 그 안의 아이들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인 아이들이 뛰어가는 모습은 정말 마음이 아리다. 환상의 나라에 녹아드는 아이들의 모습은 디즈니월드(혹은 아이의 동심)가 그 나이에 일찍 알아도 되지 않는 것을 대신 버려주고 위로하고 안아주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무지개 끝엔 황금이 있대"

"근데 황금 옆에 난쟁이 요정이 있어서 못 가져가게 한대 착한 요정이면 정말 좋겠다"

"때려눕혀 버리자"

 

-무니와 젠시가 매직 캐슬 뒤로 핀 무지개를 보면서 나누는 대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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