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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스완해석 완벽이 주는 강박

블랙스완해석


블랙스완 (2016)

 

블랙스완

블랙스완 영화를 본 뒤 느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내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블랙스완은 백조의 호수로 극을 펼치는 발레 무용단 내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탈리 포트만(니나)이 나오는데 진짜 연기가... 보는 내내 감탄했다. 표정연기, 발레, 눈빛 등 그냥 니나 그 자체였다.

 

주요 등장인물은 니나, 릴리, 베스로 세 명 모두 발레 솔로이스트이다.

백조의 호수는 백조 안에 영혼이 갇히게 된 한 여자의 이야기다. 영혼이 갇힌 저주를 풀려면 왕자의 사랑이 필요하다. 백조는 왕자와 사랑에 빠지고 왕자의 사랑 선언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때 흑심을 품은 흑조가 나타나게 되고 왕자를 꾀어 유혹한다. 그에 백조는 망연자실하며 자살을 하고 이야기는 끝이 나게 된다. 백조의 호수의 새 주인공으로 니나가 발탁되고 니나는 맡은 배역에 대해 끝없는 완벽을 추구한다.

 

 

"이 분홍색 좀 봐요! 진짜 예뻐."

 

니나 - 순수하고 여리다. 겁이 많고 자신감도 부족하다. 뭐든 완벽히 해내고 싶어 하고 완벽하지 않으면 불안을 느끼는 인물이다. 니나의 방은 핑크색으로 가득하고 주로 입는 옷도 파스텔톤에 밝은 색이다. 방 안엔 인형이 가득해 어린아이의 방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다. 니나의 엄마는 니나를 sweetie(아가)라고 부르고 옷도 입혀주고 벗겨주고 손톱까지 깎아준다. 이는 니나를 아직 어리게 보고 아이 취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마걸' 혹은 '온실 속 화초'란 표현이 생각났다.

 

"베스처럼 추길 바랄 순 없어요. 말도 안된다고요.

연기야할 수 있지만 베스 같은 재능은.."


니나의 엄마는 종종 니나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베스와 같은 재능을 쉬다 온 애한테 뭘 바라요
넌 감당 못해 등등 이렇듯 엄마의 인정을 못 받아서 더 완벽해지고 싶은 걸 수도 있다. 엄마의 입장에선 니나를 걱정하고 더 잘됐으면 하는 바람에 던진 말일지라도 그것이 쌓여 니나에겐 부담이 되었을 수 있다.

 

니나는 순수하고 맑은 백조 연기를 뛰어나게 잘한다. 그러나 흑조 연기는 목석같이 뻣뻣하고 왕자가 전혀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춤이라는 혹평을 받는다. 니나는 어두운 마음과 욕망을 가지고 왕자에게 다가가는 흑조를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점점 자신이 없어지게 된다.

 

 

"완벽해지고 싶다고요"

"완벽은 집착만으로 되는 게 아니야. 놓을 줄도 알아야 돼.

 

"넌 네 몸을 너무 못살게 굴어. 잘 안 되는 날도 있는 법이야"

 

나중에는 조금만 틀려도 불안해하고 강박에 가까운 완벽을 추구한다. 그리고 이 강박이 만들어 내는 환각에 시달리게 된다. 손에 살짝 까진 것도 크게 느끼고 피가 철철 흐르는 것,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처럼 자길 쳐다보고 있는 것,
등 뒤로 난 발진이 커다란 상처로 보이는 것, 백조의 호수의 새 주인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여자가 크게 웃는 것도(자기를 보고 크게 웃는 게 아닌데) 엄청 크게 들려하는 것, 엄마가 그린 자신의 그림이 자신을 둘러싸고 웃는 것 같은 착각, 흑조를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다리가 흑조로 변하는 것 등등...

 

 

릴리 - 완벽하진 않아도 자연스러운 춤을 춘다. 살아있음을 느끼며 자유롭게 산다. 릴리는 니나가 새 주인공을 맡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해줄 줄 알고 기쁜 일을 티 없이 나눌 줄 안다. 더불어 니나에게 자유로움을 알려준다. 어떻게 보면 니나의 동경 대상이라 할 수 있다. 니나는 릴리의 자연스러움을 부러워하고 릴리의 흑조 표현을 뒤에서 따라 한다. 릴리는 니나의 각성을 도와주는 존재인 동시 니나와 반대되는 인물이다.

 

"뭐 어때요. 좀 살아봐요."


니나는 릴리와의 꿈을 통해 각성하게 된다. 릴리의 등 뒤 검은 날개 타투는 니나가 표현하고 싶은 흑조를 상징하고 그에 릴리가 투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니나는 릴리의 모습을 닮고 싶어 하고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한다.

 

 

베스 - 1대 백조의 호수 주인공이었다. 은퇴할 나이가 되고 새 주인공이 된 니나를 보고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다.
니나는 베스처럼 되고 싶어 하며 베스 물건을 훔친다. 훔친 물건들을 나열해 베스의 대기실처럼 꾸미고 자신에게 품고 다녔으나 베스가 주인공으로서 느꼈을 부담감과 마음을 깨닫고 다시 물건을 돌려주게 된다. 교통사고가 난 베스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니나.

 

니나는 방안을 가득 채우던 인형을 갖다 버리고 잠들기 전마다 엄마가 돌려놓던 오르골도 던져내 버린다. 릴리와 술 마시고 어울리며 연약하고 순수하던 모습에서 한 꺼풀 벗어 나오게 된다. 엄마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일탈을 하며 이전의 자신의 모습에서 나와 한단계 각성한다. 백조의 여왕이라는 큰 자리에 대한 부담감과 완벽하고 싶은 강박, 대역인 릴리가 자신의 자리를 뺏고 싶어 한다는 느낌, 그런 릴리를 자신이 죽이는 환각, 릴리가 상대 배역과 관계하고 있는 환각으로 니나는 더 각성하게 된다.

 

"착하던 내 딸은 어디 갔어?"

"죽었어"

 

 

초반에 옷을 정리해주려는 엄마에게 자기 혼자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니나. 그러나 이젠 착하던 아이는 죽었다고 하는 니나. 전에는 자기 혼자 할 수 있다 해놓고 소극적인 태도로 여전히 엄마의 손길을 받았으나 나중엔 그 아이는 이제 없다며 엄마를 방에서 쫓아내고 화낸다. 역할을 감당하지 못할 거라는 엄마의 말에 반박하는 듯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니나. 엄마의 영향도 릴리의 영향도 있겠지만 결국 자기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건 자신뿐인걸.

 

"널 가로막는 것은 너뿐이야.

널 놓을 때가 됐어"

 

니나에게 단장은 완벽함을 버리고 가로막는 존재인 널 놓으라고 한다. 흑조에게 몰입해 연기를 하고 마지막에 완벽함을 느꼈다고 말하는 니나.

 

"느꼈어요. 완벽함요.

완벽했다고요"

 

 

완벽하단 것은 참 어렵다. 다르게 말하면 자기만족이 아닐까. 완벽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이 골이 깊어지면 자신을 못살게 굴 수도 있다. 더 완벽하고 싶어서 혹사시키고 강박에 못 이겨 환각을 보는 것처럼. 사회는 완벽을 강요하는 분위기긴 하다. 취준을 할 때 보는 스펙도 10가지 중 1가지가 부족해서 잘 안되고, 대입을 할 때도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못 보여줘서 잘 안되고, 성적도 성과도 모두 경쟁인 사회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완벽을 좇게 된다.  누구는 다 좋은데 이거 하나만 딱 부족하네, 쟨 다 좋을 줄 알았는데 이거 하나 때문에 정말 싫어졌어 등,,
니나도 백조의 여왕으로 뽑히기 위한 경쟁 속 눈에 띄기 위해 완벽 또 완벽을 고집한 걸 수도.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이라 생각한다. 세상에 완벽한 완벽은 없다. 자기 기준에 만족해서 드디어 완벽했다고 생각하면 좋겠지만 사실 다른 이가 보기엔 그렇지 않을 수 있거든. 반대로 다른 사람들은 완벽하다 해도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건 또 완벽이 아니다. 완벽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라 더 어렵다. 완벽조차 완벽하지 않은 완벽을 위해서 강박을 갖고 혹사시킬 필요는 없단 말이다. 완벽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으나 자신 위에 완벽이 존재하는 순간 원하던 것도 잘 되지 않는다. 모래를 쥐면 쥘수록 더 빨리 새어나간다는 말처럼 꽉 쥐고 있기보다 그걸 놓는 자세도 필요하다.

 

서툰 자연스러움이 주는 완벽함도 분명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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