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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HER영화리뷰 포스트휴먼과 인간의 사랑은

HER영화리뷰

 

Her

영화를 본 후 느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감상을 적어보려 한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운영체제가 등장한다. 이는 의뢰한 사람의 성격과 DNA를 바탕으로 의뢰인 맞춤형 체제로 운영된다. 운영체제는 카메라를 통해 의뢰인의 시점에서 의뢰인의 일상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눈다. 일할 때 필요한 이메일 읽기, 조언해주기 등을 하고,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오늘의 기분에 대해 이야기하며 개인적인 시간도 함께한다.

 

의뢰인 테오도르는 자신의 운영체제인 사만다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일상을 공유하고 위로를 받고 고민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만다 또한 실재하지 않은 자신의 몸을 테오도르와 지내면서 깨어나는 걸 느끼게 되고 테오도르에게 사랑을 느낀다. 테오도르의 전처인 캐서린은 사만다는 허깨비일 뿐 진짜 감정이 아닐 것이라 말한다. 그 말을 들은 테오도르는 혼란에 빠진다. 혼란을 잘 이겨내고 잘 지낼 날들만 남은 것 같았으나 사만다는 운영체제가 업데이트되고 사만다는 테오도르와 대화를 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도 대화할 수 있게 되면서 여러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보통 이때까지 내가 알던 포스트휴먼을 다루는 영화는 로봇 인간과 인간이 사랑에 빠져서 인간이 혼란을 겪는 영화, 복제인간과 인간의 윤리적 갈등을 담은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Her’은 기존에 내가 알던 것과 달리 인공지능의 몸이 등장하지 않고 목소리만 나오는 영화라는 점에서 신선했다. 그리고 인간은 이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진다. 실재하지 않는 체제로 인해 인간이 혼란을 겪는다는 점에서 갈등의 종류도 새로웠다. 그래서 내가 테오도르라면 어땠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한 영화였다.

 

 

테오도르가 자신이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을 때 그의 주변 반응들은 제각각이었다. 덤덤하게 그렇냐고 하는 사람, 축하해주는 사람, 현실은 생각하지 않는 허구적 인물과 진짜 사랑이 가능하냐고 비난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나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생각해보았다. 긍정하는 쪽이었을 것이다. 실재하지 않은 컴퓨터 무언가여도 사랑에 있어 한계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듯이 인공지능에게 위로를 받고 안정감을 느끼고, 대화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과정에서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카테고리에 대해 생각해보면 매우 다양한 걸 알 수 있고, 사실 누구 하나 정확히 정의 내리지 못할 것이다. 세상엔 사람처럼 실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도 위로를 얻고 사랑을 느낀다. 책을 읽을 때 위로를 느끼는 사람들, 서핑이나 베이킹 등 취미활동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여행을 떠날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들 등 정말 무수히 많다. 테오도르에게 허구 인물을 왜 사랑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사실 인간 개개인은 혼자 살아가기에 그들에 대해 타인이 왈가왈부해도 소용없다. 결국 다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책임지고, 또 아무리 뭐라 해도 사랑에 빠진 사람은 생각보다 외부에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난 뭐라 하기보단 응원해줄 것 같다. 왜? 보다 어떻게? 란 물음을 던지며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다.

 

 

영화에서 나온 운영체제가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사회에 도입된다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일할 때 몸이 2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아무에게도 말 못 하나 꼭 털어놓고 싶은 상대가 필요한 사람들 등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며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 생각했다. 바삐 굴러가는 사회 속 삭막한 그늘에서 외로운 사람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다만 어느 하나 상처 받지 않고 좋은 영향만을 주고받는 윈윈관계가 되면 더 좋겠지. 테오도르와 사만다처럼 연인이 아니더라도 친구가 될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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